
다음의 자격

‘Post hoc ergo propter hoc(이것 뒤에 그러므로 이것 때문에)’. 이후(以後)를 이유(理由)
로 오독할 때 결과는 원인을 위조한다. 승리는 가장 적극적인 범인이다. 서슴지 않고 서사의
화려한 면사를 씌워 운은 혜안으로, 무모는 결단으로, 허점은 전략으로 면죄하고 딴청을 피
운다. 이긴 수가 꼭 좋은 수는 아니고, 좋은 판단이 늘 기대한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. 실
패도 마찬가지다.
복기(復棋)는 인과의 비대칭을 받아들여 스스로 성공의 치장을, 운의 기만을, 패배의 낙인
을 걷어내는 일종의 제례다. 승리의 무용담 속에 숨어든 기연을 솎아내고, 실패의 촉매인
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격리한 뒤 오직 정보와 의지만을 발라내 대면하고 응시한다. 그리고
질문한다. 결과와 관계없이 그 판단은 옳았는가. 자기 준칙에 합당한가. 다시 그릴 수의 궤적
도 동일한가.
프로 포커 플레이어 출신의 인지심리학자 애니 듀크(Annie Duke)는 포커가 인간에게 가
르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리절팅(Resulting), 결과로 의사결정의 질을 소급 재단하는 인
식의 오류라 했다. 옳은 판단은 나쁜 결과 앞에서도 훼손되지 않고, 설명할 수 없는 승리는
실력으로 수렴하지 않는다. 결정의 과정이 합당하다면 다음 판에도 원칙을 신뢰해야 한다.
이겼다는 이유로 자신의 직관을 신화화하지 않고, 졌다 해 타인의 판단을 제물 삼지 않는
이. 옳은 선택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자는 끝내 운도 제 편으로 귀속시킨다. 다음을 감당할
자격은 이긴 쪽이 아니라, 이긴 뒤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.


다음의 자격

‘Post hoc ergo propter hoc(이것 뒤에 그러므로 이것 때문에)’. 이후(以後)를 이유(理由)
로 오독할 때 결과는 원인을 위조한다. 승리는 가장 적극적인 범인이다. 서슴지 않고 서사의
화려한 면사를 씌워 운은 혜안으로, 무모는 결단으로, 허점은 전략으로 면죄하고 딴청을 피
운다. 이긴 수가 꼭 좋은 수는 아니고, 좋은 판단이 늘 기대한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. 실
패도 마찬가지다.
복기(復棋)는 인과의 비대칭을 받아들여 스스로 성공의 치장을, 운의 기만을, 패배의 낙인
을 걷어내는 일종의 제례다. 승리의 무용담 속에 숨어든 기연을 솎아내고, 실패의 촉매인
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격리한 뒤 오직 정보와 의지만을 발라내 대면하고 응시한다. 그리고
질문한다. 결과와 관계없이 그 판단은 옳았는가. 자기 준칙에 합당한가. 다시 그릴 수의 궤적
도 동일한가.
프로 포커 플레이어 출신의 인지심리학자 애니 듀크(Annie Duke)는 포커가 인간에게 가
르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리절팅(Resulting), 결과로 의사결정의 질을 소급 재단하는 인
식의 오류라 했다. 옳은 판단은 나쁜 결과 앞에서도 훼손되지 않고, 설명할 수 없는 승리는
실력으로 수렴하지 않는다. 결정의 과정이 합당하다면 다음 판에도 원칙을 신뢰해야 한다.
이겼다는 이유로 자신의 직관을 신화화하지 않고, 졌다 해 타인의 판단을 제물 삼지 않는
이. 옳은 선택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자는 끝내 운도 제 편으로 귀속시킨다. 다음을 감당할
자격은 이긴 쪽이 아니라, 이긴 뒤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.
